누구나 한 번쯤은 마트에서 장을 보다 “이건 왜 이렇게 많은 종류가 있지?” 하고 멈칫한 적이 있으실 겁니다. 치약 하나를 고르는데도 미백, 시린이, 구취 제거까지 수십 가지가 눈앞에 펼쳐지면, 오히려 더 헷갈리고 시간이 오래 걸리곤 하지요. 결혼 준비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수많은 웨딩홀, 드레스, 스튜디오, 메이크업 샵이 한자리에 모인 수원결혼박람회 현장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실 ‘선택 그 자체’가 아니라 ‘선택지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라는 점입니다.
선택은 줄일수록 선명해진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흔히 듣는 말은 “비교할 수 있는 게 많아서 좋아요”입니다. 실제로 박람회는 다양한 업체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최대 장점이지요. 하지만 막상 현장에 가면 과다한 정보와 홍보가 오히려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듭니다. 그럴수록 중요한 건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에 맞는 선택지 외에는 과감히 제외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웨딩홀을 고른다고 할 때, 단순히 “예쁘다”가 아니라 “하객 이동 동선이 편리할 것”, “주차 공간이 충분할 것”, “식사 메뉴가 가족 연령대에 맞을 것” 같은 2~3가지 기준만 명확히 잡아도 선택이 훨씬 빨라집니다. 이렇게 기준을 적용해 나가면, 수십 개 중 절반 이상은 자연스럽게 탈락하게 되고 남은 후보들만 집중적으로 비교하면 됩니다.
수원에서 만나는 현실적인 기준
수원은 서울과 경기권을 잇는 중심지라 하객 접근성이 중요한 도시입니다. 그래서 수원결혼박람회 현장에서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위치와 교통’이었습니다. 아무리 인테리어가 고급스럽고 예식 프로그램이 화려해도, 하객들이 찾아오기 어렵다면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다음은 예식 시간 운영의 유연성입니다. 최근에는 여유로운 ‘원데이 웨딩’을 원하는 예비부부가 늘어나고 있는데, 홀마다 대관 시간이나 회전율이 크게 다릅니다. 박람회에서는 이 부분을 직접 물어보고, 답변 태도나 안내의 세부성을 확인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식사 퀄리티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수원은 전통적으로 음식 문화가 발달한 지역이라 하객들 역시 식사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편이지요.
이처럼 도시적 특성과 하객 성향을 고려하면, 처음부터 무작정 많은 웨딩홀을 보지 않고 몇 가지 조건으로 걸러내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드레스와 스튜디오, ‘좋은 것’보다 ‘맞는 것’
드레스와 스튜디오는 웨딩홀만큼이나 선택지가 다양합니다. 하지만 이 또한 기준을 좁혀 들어가면 생각보다 간단해집니다. 드레스의 경우, 체형에 따라 잘 어울리는 라인이 정해져 있습니다. 키가 아담하다면 A라인이나 하이웨이스트 드레스가 더 날씬해 보일 수 있고, 어깨가 넓다면 오프숄더보다는 브이넥 디자인이 균형을 맞춰줍니다. 이런 기본적인 이해만 있으면, 수십 벌 중 단 몇 벌만 집중적으로 피팅해도 충분합니다.
스튜디오 역시 화보 느낌, 내추럴 콘셉트, 혹은 전통적인 클래식 스타일 중 원하는 분위기를 하나만 정하면 됩니다. “다 좋아 보이니까 고민돼요”라는 말은 결국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생겨나는 혼란일 뿐입니다.
결혼 준비의 핵심 태도
결혼박람회에서 선택을 줄인다는 것은 단순히 시간을 절약하는 문제를 넘어, 스스로 주도적으로 결혼을 준비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누군가의 추천이나 순간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이 세운 우선순위에 따라 결정을 내리는 과정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답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결국 박람회는 무궁무진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자리가 아니라, 오히려 나에게 맞는 선택지를 좁혀나가는 자리로 활용될 때 비로소 가치가 있습니다.
끝맺으며
수원결혼박람회 현장에서 제가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이것이었습니다. “많은 것 중 하나를 찾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지워 나갈 때 진짜가 보인다.” 결혼 준비라는 긴 여정에서 이 태도는 웨딩홀, 드레스, 스튜디오뿐 아니라 신혼여행, 혼수까지 두루 적용할 수 있습니다. 선택지를 줄이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우리가 정말 원하는 결혼의 그림을 또렷하게 그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답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이미 우리 안에 있었음을 알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