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준비는 체력 싸움이다. 정신력도 중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발이다. 박람회장을 돌고 또 도는 나의 발이 눈물겹게 고생했다. 대전웨딩박람회에 다녀온 날, 나는 결심했다. 결혼은 혼자 하면 안 된다. 반드시, 꼭, 무조건 둘이서 해야 한다. 아니면 다리 아파 쓰러진다.

그날 아침, 나는 아주 단단히 준비했다. 운동화에 에코백, 포스트잇 붙인 체크리스트까지. 신랑은 “그거까지 필요해?”라고 물었지만, 다녀와서 그는 깨달았다. ‘결혼 정보는 곧 생존 정보’라는 걸.

박람회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우린 잠깐 멈췄다. 아니 이게 뭐야, 진짜 웨딩 성지순례야? 입장 전부터 샘플 케이크에 드레스 실물컷, 각종 스냅 사진이 줄지어 우리를 반겼다. “우린 이 안에서 무언가를 반드시 계약하게 되겠구나…”하는 불길한 예감. 그리고 그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첫 번째 함정은 드레스였다.
일단 예쁜 드레스 보이면 끝이다. 신부의 눈은 반짝이고, 신랑은 어색한 미소로 끌려다닌다. “고급 원단이에요”, “해외 직수입이에요”, “이거 셀럽이 입었어요”라는 멘트가 속사포처럼 날아왔다. 나도 모르게 상담 예약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정신 차리니 그 부스 앞에 앉아 견적을 받고 있는 나. 무섭다, 웨딩박람회.

두 번째 함정은 스드메 패키지.
대전웨딩박람회 답게 지역 기반 업체들이 많았는데, 각 업체마다 샘플북과 촬영 영상 퀄리티가 진심이었다. 어떤 곳은 직접 포토그래퍼가 나와 상담해줬고, 어떤 곳은 스타일리스트가 동행해 피부 톤까지 분석해줬다. 웨딩 촬영은 그냥 사진 몇 장 찍는 건 줄 알았던 신랑은 그날 이후로 ‘브라이덜 샤워’와 ‘세미 스냅’의 차이를 정확히 알게 되었다.

세 번째는 웨딩홀 상담.
대전 지역 인기 웨딩홀부터 소규모 스몰웨딩이 가능한 카페형 예식장까지 다양하게 소개받을 수 있었다. 평소에는 예약도 어려운 곳들이 이 날만큼은 상담 대기까지 길게 늘어서 있었다. 나도 욕심이 생겨 두세 군데를 비교해보다가 “이 가격에 뷔페 포함이요?”라며 눈을 번뜩였다. 바로 그 자리에서 1차 예약 고고.

그 외에도 혼수, 신혼여행, 한복, 예물까지 올인원!
부스를 돌다가 잠시 쉴 겸 앉은 곳이 알고 보니 신혼가전 상담 부스였다. 거기서 커피 한 잔 얻어마시고 냉장고 견적도 받고, 옆 부스로 이동하니 예단 한복 할인 이벤트 중. 이쯤 되니 ‘박람회’라기보단 ‘결혼 준비 종합 종합 종합 정보센터’였다. 한 마디로, 그냥 다 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참 마음에 들었던 건 상담하는 분위기 자체가 유쾌하고 친절했다는 것이다. ‘이 집 계약 안 하면 눈빛 돌변한다’는 소문과 달리, 대부분의 부스에서는 부담 없이 구경만 해도 되었다. 오히려 정보를 너무 많이 줘서 머리가 복잡해질 정도. 그럴 땐 박람회장에서 나눠주는 자료백과 메모지가 큰 도움이 됐다. 아, 그리고 진짜 꿀팁! 부스마다 돌다 보면 사은품이 진짜 알차다. 휴대용 고데기, 웨딩 사진 할인권, 심지어 커플 마사지 이용권까지 받았다. 무거운 에코백은 뿌듯함의 상징이었다.

무엇보다도 좋았던 건, 같은 고민을 가진 예비부부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는 점이었다. 줄 서서 상담을 기다리며 자연스럽게 옆 커플과 이야기 나누고, “혹시 여기 계약하셨어요?” “이 부스 어때요?” 물어보면서 정보도 얻고 공감도 나누고. 그 짧은 시간 안에 서로를 위로하며 “우리, 다 잘될 거예요”를 외치던 그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돌아가는 길, 신랑과 나는 말이 없었다. 피곤해서가 아니다. 각자 머릿속 계산기를 돌리느라 조용했던 거다. 오늘 하루 다녀온 것만으로도 결혼 준비의 반은 끝낸 것 같았고, 나머지 반은 이걸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달린 문제였다.

그래서 결론은?
대전웨딩박람회, 발은 고생했지만 마음은 든든했다. 집에서 키보드만 두드려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생생한 정보와 현실감 있는 예산 감각. 무엇보다도, ‘우리 결혼 진짜 하는구나!’라는 실감이 났다는 것. 지금 준비 중인 예비부부가 있다면, 한 번쯤은 꼭 직접 가보라고 말하고 싶다. 거기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예비부부의 진심’이 모여 있으니까.